역사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역사학회 회장을 맡게 된 박흥식입니다.
역사학회는 1952년 3월 1일 한국전쟁 중에 창립된 후 지난해 70주년을 맞기까지 한국 역사학계를 선도하며 역사학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학회 활동 중에는 특히 『역사학보』가 수월성이 담보된 역사학 전문학술지로 확고한 위상을 확보했고, <역사학대회>를 비롯한 여러 학술행사들에서는 시의성 있는 중요 이슈들을 논의하고 토론하며 역사학의 발전을 견인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기여들이 축적되어 한국의 역사학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실을 얻기까지 역사학회를 맡아 헌신적으로 수고하신 학회장 및 임원들, 그리고 여러 회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 및 기후위기로 인해 세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세계화 시대의 확대에 급제동이 걸렸고, 기후변화의 결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여러 징후들은 지구촌의 위태로운 내일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유례없는 감염병과 재난의 시대를 맞아 역사학이 감당해야 할 역할도 새롭게 설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역사학자들은 개별 역사학 분과 내의 심화 연구뿐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나아가 타분야와도 통섭하며 현재의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 마련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역사교육 등 여러 역사학의 분과들이 결속하여 상호 성장을 도모하는 역사학회에게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리라 기대하게 됩니다.
근래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 역사학의 대중화가 진척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를 그저 하나의 값싼 상품처럼 소비하는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대중은 역사 지식을 단편적이거나 단순화해 파악하는 경향이 있어 전문연구자들의 시각 및 활동과는 괴리를 보입니다. 이제 학회 차원에서도 역사학의 본질적인 연구와 더불어 대중화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국내적으로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적지 않은 대학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고, 인문학 영역의 위축이나 학문후속세대의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학회 차원에서도 회원들 사이에 충분히 소통하고 긴밀히 교류하면서 역사학의 지속적인 발전과 대학의 안과 밖에서 전개되고 있는 문제들의 대응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몇몇 개인의 힘만으로는 현재 학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들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회원님들께서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조언하고 참여해 주셔서 역사학회가 역사학 연구자들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해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면서 한국 사회 내에서 주어진 공적인 역할까지도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건승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제35대(2023.1-2024.12) 역사학회 회장  박 흥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